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왜 박사 과정에 있느냐고

by 몽상가 2010/09/15 04:18 baftera.egloos.com/4836772 덧글수 : 0

전에 학회 갔다가 학회와는 전혀 상관없이 만난 알바니아(로 추측되는 나라)에서 온 친구가
왜 이거 하냐고 물었다.
그 나라가 내전도 겪고 사회가 안정되지 않아서 인지
그 친구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 했는데에도
매우 현실적인 타입의 인간인 듯 해서 나는 할말이 없었다.
그냥 물리가 쉬워서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도 사실은 아니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잘 하는 건, 아니 점수를 잘 땄던건 오히려 문과 쪽 과목이었지만,
고등학교 졸업후 문과 쪽이라 함은 글빨로 결정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말빨도 글빨도 딸린다는 걸 나는 일찍 알았다.
그래서 무려 사회학과나 역사학과에 가고 싶다고 중학생때에는 생각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과를 선택했고, 수학도 과학도 좋아했다.
수학 점수는 낮았지만 운좋게 학교는 잘 들어갔고,
들어가보니 물리가 재미있어서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성적은 안좋았지만 운좋게 대학원도 들어갔다.
대학까지는 물리는 참 좋은데 내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석사 때에는 물리가 막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내가 못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취직한다는 생각은 어째서인지 할 수가 없었다.
취직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할수만 있다면 어떻게해서든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대학원은 나에게 그냥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면,

박사 과정을 하면서 학교를 옮겼는데, 직장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석사 때에는 그다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연구실에 있어서, 라기 보다는
교수님이 원하는 시간은 있었지만 어긴다고 해서 딱히 뭐라 하지 않는 분이어서 상관 없었지만
여기 오니 여느 연구실 처럼 그런게 있다는 거다.
그리고 연구실이 커서 포닥도 연구원도 교수도 여럿인데다 같은 연구실을 써서
나는 하루 종일 눈치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또 여기 교수님은 굉장히 말수도 적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마는 분이라 이야기 하는게 어렵고 불편하다.
나는 연구실이 가시 방석 같다.
누가 와서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연구실에 나가고 싶지 않다.
다른 방을 쓰던가 시간을 구애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연구가 싫어진 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나는 내 발로 나가던가 참아내야 한다.
과연 참아 낼수 있을까.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지금 나의 생각으로는, 그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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