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특징은 우선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거의 소리도 만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갑자기 배경 음악이 깔리기도 한다. 그러나 '뭐야 이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음악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또 같은 씬이 오래 계속 된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간다고 하면, 줄곧 같은 배경을 달리는 차안의 모습, 밖에서 차를 본 모습 따위의 비슷한 몇개의 앵글이 한 5분정도 계속된다. 로봇들이 사막을 걸어가는 장면은 한 10분은 되었던 듯하다. 그런식이라서 2시간 정도의 영화지만 짧게 만들면 10분이면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 지겨워서 막 건너 뛰면서 봤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두 로봇이 차를 타고 간다. 마을이 보였다. 주민은 모두 같은 스타일의 헬멧 쓴 로봇들이다. 두 로봇은 연구소 같은 곳에서 사람 얼굴을 만들어 붙였다. 길에 나왔더니 모두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얼굴이 녹아내렸다. 주민들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두 그들을 뒤쫓는다. 둘은 공중 화장실로 도망쳐서 얼굴을 뜯어낸다. 한 로봇은 조금 망설였지만 다른 로봇이 설득한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사막을 걷고 땅이 갈라진 벌판을 걷는다. 얼굴을 뜯어내는 걸 망설였던 로봇이 멈춰 서더니 옷을 벗고 등 뒤의 스위치를 켜달라고 부탁한다. 스위치를 켜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그 로봇은 폭발한다. 남은 로봇이 잔해를 모아 무덤을 만들어 준다. 남은 로봇은 다시 걷는다. 어딘가에 멈춰서서 결심한 듯 꿇어않아 등뒤의 스위치를 켜려고 한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헬멧을 벗으니 회로로 된 얼굴이 나온다. 헬멧을 바닥에 내리 쳐서 부순다. 헬멧의 조각으로 햇빛을 이용해 손을 태운다. 이윽고 온 몸이 불꽃에 휩싸인다. 그런 채로 걷는다. 끝.
마지막 장면인, 불이 붙은 채로 암흑 속을 걸어가는 로봇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짧고, 대사도 없기 때문에 사실 정보를 많이 얻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로봇이 지금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 그 장면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지만 아쉬웠던 것들.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화를 넣지 않은 것은 재미있는 시도 같지만 (우리는 이미 무성영화의 시대를 지나쳐 왔지만), 어찌됐든 소리의 처리가 이상하다. 배경 음악이 실제로 영화에 삽입되어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유튜브 버전은 확실히 이상하다.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장면은 계속 보여주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10분짜리를 2시간으로 만들면 영화라고 할수 있을 까봐? 그런건 아니겠지. 그렇지만 정말로 지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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