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정말 없었는지 - 장기하

고운이랑 장기하의 정말 없었는지를 듣다가, 내가 듣고 느낀 걸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 나는 그 노래가 단편 소설 같다고 말했다. 단편 영화 같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편 영화는 내가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지 않으니까 나에게 노래는 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소설도 노래도 나에게는 이야기이고, 그것들은 시각적인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정말 없었는지'를 들으면, 나는 지하철역과 작은 시장을 지나 좁은 골목길로 이어질 관악의 동네가 그려진다. 가본 적 없는 녹두나 봉천의 어딘가 언덕 위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과 복잡한 시장통에서 지나쳐간 그애를 상상한다. 분명 이 동네 어딘가에 살고 있을, 언젠가 스쳐지난 적이 있을 그 아이를 떠올리고, 눈이 서로 마주치고, 상대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 그런 걸 상상하게 된다. 가사속의 눈물도 옛날도 행복과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데, 그 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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