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6일 수요일

발은 사람 이름이다. 지난 휴가 때 말레이시아의 작은 섬에서 고작 몇시간 마주친 아이의 이름이다. 24살, 배낭을 메고 긴 시간을 여행하는 나이. 어쩌면 빛이 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은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득그득한 곳.
나는 그 애가 내게 특별했던 것인지 내가 그애에게 특별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날 오후 내게 닿던 그 애의 눈빛이 단지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에서 온 사람에 대한 친근함이라거나, 유럽애가 본 동양애에 대한 호기심으로만 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애는 나와는 너무 나도 다른 인간이라고, 그때에도 지금도 생각한다. 그런 류의 사람에게도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우리에게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었이었을까? 
깊은 밤 추억을 더듬으며 뒤돌아 걷는다. 시계바늘은 아무리 돌려봐도 나는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어느 화창한 날 해안가에서 발견된 변사체처럼 철썩이는 파도에 젖어 있다.